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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반도 숨겨진 명소 비교

by Jasmine_blooming 2025. 6. 27.

서유럽의 도시들이 점점 더 상업화되고 북적이면서, 조용한 여정을 선호하는 여행자들은 발칸반도로 눈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발칸은 유럽이면서도 유럽답지 않고, 동시에 유럽의 오래된 모습을 가장 잘 간직한 지역입니다.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알바니아 등은 지리적 특성 덕분에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뒤섞였고, 각국은 독립 이후 자신만의 정체성을 지키며 흥미로운 문화와 풍경을 만들어냈습니다.

특히 이 지역의 ‘숨겨진 도시’들은 상업적이지 않지만 문화와 역사, 로컬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장소로, 조용한 여름 여행을 원하는 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선택지입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트레비녜(보스니아), 체티네(몬테네그로), 니슈(세르비아) 세 곳을 집중 비교하며 여행지로서의 가치를 소개합니다.

 

 

코토르의 석양 풍경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 트레비녜(Trebinje), 남부의 중세적 낭만

트레비녜는 보스니아 남부, 크로아티아의 인기 관광도시 두브로브니크와 국경 하나를 두고 마주하고 있지만 분위기는 정반대입니다. 두브로브니크가 붐비고 화려하다면, 트레비녜는 한적하고 따뜻하며 소박한 유럽의 정취가 가득한 곳입니다. 이곳은 아직도 현지인들의 삶이 중심이 되는, ‘살아 있는 유럽’이라 불릴 만큼 꾸미지 않은 본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도시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네레트바 강은 매우 잔잔하고 맑아 주변 풍경을 그대로 비추며, 그 위에 걸린 아르슬라나기차 다리는 도시의 상징입니다. 다리 주변에는 카페와 레스토랑이 늘어서 있고, 강변 산책로는 관광객보다 지역 주민들이 더 많이 찾는 휴식처로 사랑받습니다. 아침에는 시장에서 신선한 올리브유, 꿀, 치즈 등을 구경하고, 오후에는 와인 셀러를 방문해 지역 와인을 맛볼 수 있는 코스를 추천드립니다.

특히 이 도시는 와인 도시로서의 매력도 큽니다. 트레비녜 외곽에는 수많은 와이너리가 자리 잡고 있으며, 대부분 가족이 운영하는 규모로 직접 농장에서 재배한 포도로 와인을 생산합니다. Vukoje Winery, Tvrdos Monastery Wine Cellar 등은 현지 와인을 시음하고 구매할 수 있는 관광 명소이자 역사적 장소이기도 합니다. 수도원 와이너리는 15세기부터 운영되어 내려오며, 종교와 농업, 문화가 조화를 이룹니다.

트레비녜는 물가도 매우 저렴해, 4성급 숙소도 1박에 40~60유로 정도면 이용 가능하고, 식사 역시 지역 식당에서 10유로 내외로 훌륭한 현지식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붐비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이곳은 보스니아 여행의 시작 혹은 끝을 장식하기에 완벽한 장소입니다.

몬테네그로 – 체티네(Cetinje), 왕실의 수도와 문화유산의 보고

체티네는 몬테네그로의 고도(古都)이자 문화 수도입니다. 많은 이들이 코토르와 부드바 같은 해안 도시만 보고 몬테네그로를 판단하지만, 그 속살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체티네를 들러야 합니다. 이 작은 도시는 한때 몬테네그로 왕국의 수도였으며, 현재까지도 수도원과 왕궁, 박물관 등 수많은 유산이 보존되어 있어 유럽의 전통과 발칸의 독립정신이 만나는 공간으로 여겨집니다.

도시 자체는 크지 않지만, 핵심 명소들이 모두 도보로 이동 가능할 만큼 밀집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체티네 수도원이 있으며, 몬테네그로 정교회의 심장부로 매년 수많은 신자가 이곳을 방문합니다. 수도원 내부는 금장 장식과 성유물로 장엄하며, 조용히 관람할 수 있어 종교에 관심 없는 여행자에게도 감동을 주는 장소입니다.

구 왕궁 박물관(Museum of King Nikola), 역사 박물관, 예술 아카데미 등도 체티네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입니다. 특히 왕궁 박물관에서는 왕실이 사용하던 생활용품, 예복, 무기 등 실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어 몬테네그로의 근대사에 대한 이해를 돕습니다.

여름이면 체티네에서는 거리 예술제, 영화제, 음악제 등 다양한 문화 행사가 개최되며, 도심의 분위기는 활기를 띱니다. 그러나 관광객이 많지 않아 여전히 조용하게 둘러볼 수 있는 점은 이 도시만의 큰 장점입니다. 또한 고도 해발 670m에 위치해 있어 여름에도 비교적 시원한 기후를 유지하기 때문에, 더운 해안 도시에서 벗어나 하루 이틀 쉬어가기에 아주 좋습니다.

체티네는 코토르, 포드고리차 등 몬테네그로 주요 도시들과 가까워 접근성도 뛰어납니다. 대중교통으로 왕복이 가능하며, 자동차로는 30~40분 거리입니다. 몬테네그로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단 하루라도 체티네에서 머물며 역사와 예술의 깊이를 체험해보는 걸 추천드립니다.

세르비아 – 니슈(Niš), 로마 유산과 현대가 공존하는 실속형 도시

니슈는 세르비아 남부에 위치한 역사 도시로, 로마 제국 시대부터 이어져온 전략적 요충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에는 세르비아에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도시로, 조용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풍부한 유적과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숨겨진 보석과 같은 곳입니다.

니슈는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출생지로도 유명합니다. 이를 기념하는 콘스탄틴 동상과 로마 유적지 메디아나(Mediana)는 여전히 발굴이 진행 중이지만, 현재까지 공개된 유물과 모자이크만으로도 그 웅장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고고학 박물관과 함께 둘러보면 훨씬 더 풍성한 역사 체험이 가능합니다.

또 다른 대표 명소는 니슈 요새(Niš Fortress)입니다. 이곳은 오토만 제국 시절 강화된 성채로, 현재는 공원처럼 개방되어 현지인들의 산책로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요새 안에는 고대 성벽, 작은 박물관, 오페라 공연장, 카페 등이 있어 낮에는 산책과 역사 탐방, 밤에는 문화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종합 관광지입니다.

특히 여름에는 니슈 재즈 페스티벌(Nišville Jazz Festival)이 요새 일대에서 열려, 발칸 지역 최대 규모의 국제 재즈 행사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유럽의 재즈 뮤지션들이 모여 멋진 공연을 선사하며, 저렴한 입장료로도 수준 높은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기회입니다.

니슈의 물가는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보다 20~30% 정도 저렴합니다. 한 끼 식사가 7~10유로 수준이며, 시내 중심부의 호텔이나 에어비앤비도 1박 30~50유로 내외로 매우 경제적입니다. 또한 불가리아 소피아, 북마케도니아 스코페 등 인접 국가와의 교통이 좋아 발칸 일주 여행의 거점 도시로도 추천할 만합니다.

트레비녜, 체티네, 니슈. 이 세 도시 모두 대형 여행사 패키지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직접 방문한 이들이 더 강력히 추천하는 ‘진짜 여행지’입니다. 상업화되지 않아 자연스럽고, 복잡하지 않아 여유로우며, 문화적으로 깊이 있는 이 도시들은 발칸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포인트이자 쉼터가 되어줄 것입니다.

2025년 여행, 이름난 도시 말고 진짜 발칸의 결을 느낄 수 있는 도시를 선택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