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은 서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광객이 적고 물가가 낮은 반면, 역사적 깊이와 자연경관, 독특한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매력적인 지역입니다. 특히 루마니아, 슬로베니아, 알바니아는 최근 몇 년 사이 여행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아직도 대중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보석 같은 여행지로 남아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중세와 전설이 깃든 루마니아 시기쇼아라, 아드리아 해의 진주 슬로베니아 피란, 그리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도시 알바니아 베라트를 중심으로 조용한 여행을 원하는 분들을 위한 현실적인 정보를 제공해 드립니다.
루마니아 시기쇼아라 – 드라큘라 고성과 중세마을의 조화
루마니아의 시기쇼아라는 트란실바니아 지방 깊숙한 곳에 위치한 중세 마을로, 동유럽의 ‘잊혀진 보석’이라 불릴 만큼 독특한 역사와 분위기를 지닌 곳입니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도시 구조 자체가 15세기에서 거의 바뀌지 않아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줍니다. 드라큘라로 유명한 블라드 체페슈가 태어난 생가는 현재 ‘Casa Vlad Dracul’이라는 레스토랑 겸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어 역사적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도시 중심에는 중세 감옥 박물관, 시계탑 전망대, 나무 계단과 성 미카엘 교회 등 볼거리가 밀집해 있으며, 모든 명소가 도보로 연결되어 있어 하루 일정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특히 시계탑 위에서는 시기쇼아라 전경은 물론 멀리 트란실바니아 산맥까지 한눈에 들어와 사진 촬영지로도 인기입니다. 도시의 상업화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관광지이지만 매우 조용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숙소는 저렴한 게스트하우스부터 중세풍 부티크 호텔까지 다양하고, 현지식 아침 식사가 포함된 곳이 많아 여행 만족도를 높여줍니다. 인근 도시 브라쇼브, 시비우와 연계해 소도시 여행 코스로 짜기에도 훌륭하며, 고성 투어나 와이너리 투어와도 연계 가능합니다. 루마니아 특유의 따뜻한 정서와 함께, 시기쇼아라는 상업화되지 않은 진짜 유럽의 중세를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장소 중 하나입니다.
슬로베니아 피란 – 아드리아 해 작은 도시의 낭만
슬로베니아 피란은 아드리아 해안의 서쪽 끝에 자리잡은 작지만 깊은 매력을 가진 해안 도시입니다. 좁은 골목길과 고딕 양식의 건물들이 어우러진 도심은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분위기와 흡사하지만, 훨씬 조용하고 차분한 느낌을 줍니다. 타르티니 광장을 중심으로 한 도시 구조는 원형으로 퍼져나가며, 어디서든 바다가 보이는 개방적인 경관을 자랑합니다. 주요 볼거리는 성 게오르기우스 성당과 언덕 위 피란 성벽으로, 이곳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여행자들 사이에서 ‘인생 노을’로 불릴 만큼 감동적입니다. 해변가 산책로는 차가 다니지 않아 아이나 노약자와 함께한 여행에도 적합하며, 자전거 대여 후 인근 항구 도시 포르토로즈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즐기는 것도 추천됩니다. 봄과 가을에는 현지 예술가들의 거리 전시나 재즈 공연이 광장 주변에서 열리며, 여름철에는 작은 영화제나 해산물 축제도 개최됩니다. 숙소는 소형 호텔, 게스트하우스, 가족 운영 민박까지 다양하며, 일부 숙소는 지중해풍 테라스와 바다 전망이 매력적입니다. 음식은 이탈리아-슬로베니아 퓨전이 많아 익숙하면서도 특별하고, 가격대도 합리적인 편입니다. 류블랴나에서 버스로 2~3시간, 트리에스테(이탈리아)에서도 1시간 이내여서 다양한 유럽 도시와 연계 여행이 가능합니다. 피란은 바다, 예술, 조용한 힐링을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는 이상적인 동유럽 여행지입니다.
알바니아 베라트 – 하얀 창문 도시, 유네스코의 보석
알바니아의 베라트는 도시 전체가 역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깊은 전통과 건축 유산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언덕 위에 쌓여 있는 하얀색 오스만 양식 가옥들은 각 창문들이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어 멀리서 보면 수천 개의 눈이 도시를 바라보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이 독특한 건축 구조는 도시의 가장 큰 특징이며, 실제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핵심 이유 중 하나입니다. 도시 위에는 베라트 성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이 성 안에는 수백 년 전부터 지금까지 거주 중인 가정들이 있어 '살아있는 성곽 도시'라는 별칭도 갖고 있습니다. 성 안에는 비잔틴 교회, 정교회 미술관, 오스만 시대 모스크 등이 공존해 종교 간 공존의 역사도 엿볼 수 있습니다. 강변 산책길과 오소미 강을 가로지르는 고대 다리도 여행자들의 사진 포인트이며, 베라트 와인과 올리브 오일 생산지로도 유명해 미식 여행자들에게는 특히 인상 깊은 경험을 제공합니다. 수도 티라나에서 출발하는 미니버스나 투어 차량으로 약 2시간 30분 거리이며, 도로 사정이 좋아 접근성이 뛰어난 편입니다. 알바니아의 다른 도시보다 관광객이 적고 조용하며, 현지인들의 환대 문화도 따뜻합니다. 베라트는 오스만과 기독교 문명이 혼합된 독특한 유산을 품고 있는 동시에, 사람과 풍경이 함께 기억되는 특별한 여행지입니다. 유럽의 흔한 풍경이 지겨운 여행자라면, 이곳에서 완전히 새로운 감성을 만날 수 있습니다.
루마니아 시기쇼아라, 슬로베니아 피란, 알바니아 베라트는 조용하고 내면적인 여행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적합한 명소입니다. 아직 과도하게 상업화되지 않은 이 도시들은 각기 다른 전통과 풍경으로 동유럽의 진짜 매력을 보여줍니다. 남들이 다 가는 곳보다 나만의 특별한 풍경을 찾고 있다면, 이 세 도시가 그 해답이 되어줄 것입니다.